This column was originally published by the Donga Daily (동아일보) on July 12, 2019.
2017년은 북한의 수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협박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던 해였다. 이듬해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가 재개되고 나서 지난 2년간 몇 차례 남북, 한미 정상회담 및 남북 사회문화 교류가 진행되었다.
한국에서 남북 민간 사회문화 교류가 가능하게 된 시점은 노태우 정부 때부터다. 7·7선언 이후 남북 민간 접촉은 통일부 장관의 승인으로 가능해졌다. 민간 교류는 실질적으로 김대중 대통령 임기 때 활발해졌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 관계에 있어서 사회문화 교류의 의미를 ’대북 접근의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2000년 통일백서에서 사회문화 교류를 ’북한이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남북 간 행사’라고 본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도 비슷한 이유로 남북 관계에 있어 사회문화 교류를 강조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한 단계 더 나아가 2023년 여자축구월드컵, 2030년 남자축구월드컵, 2032년 하계올림픽까지 남북 공동 유치를 제안했다.
김대중 정부와 비슷하게 대북 접근을 다변화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성에 기여하려는 의지는 좋다. 다만 2013년 통일백서에 나온 이 경고는 아직도 의의가 있다.
‘남북 간 대화에 있어서도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남북 대화를 위해서 진정성 있고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남북 사회문화 교류를 핵문제와 상관없이 항상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쉬운 것부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것부터, 민간 대 민간 접촉을 늘리는 것부터,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부터 한 걸음 한 걸음 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여자축구월드컵, 남자축구월드컵, 하계올림픽 모두 다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평창 올림픽 비용이 아직도 문제인 점을 감안할 때 이 중에 어느 행사가 추진에 더 적당할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남한은 시설이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어 비용이 덜 들어갈 것이라 예상을 하더라도 북한 시설은 어느 정도의 비용으로 누가 책임을 질 건지 불확실하다.
문 대통령도, 대한축구협회도 2030년 남자축구월드컵은 남북한과 일본, 중국 공동 개최로 추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비용이나 정치적 리스크를 고려할 때 남북 공동 개최보다 나은 대안이다. 다만 이 제안을 중국과 일본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중국은 2034년 월드컵 단독 개최 신청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일본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의 많은 어려움 때문에 다시 해 보고 싶을지, 특히 한일 사이가 나빠진 요즘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문재인 정부 임기 이후인 2023, 2030, 2032년은 먼 미래여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북한 혹은 남한에 들어서는 새로운 정부가 행사를 개최하고 싶지 않다고 번복하면 어떻게 되나?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할지 우려스럽다. 기대하는 만큼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공동 개최 그 자체보다 공동 개최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대화하고 협력하는 것이 목표라면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제프리 카원 교수와 아멜리아 아르스노 교수가 이야기하듯 무엇을 위해 협력하든 간에 협력하는 과정이 가장 효율적인 공공외교라 볼 수 있다.
더 많은 노력을 공동 개최보다 더 효율적이고 비용이 덜 드는, 남북 민간이 직접 만나고 대화하고 협력하는 사회문화 교류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북한 측도 문재인 정부만큼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에 대한 대화를 진지하게 여긴다면 청년 교류를 포함한 민간 교류를 쉽게 받아들일 것 같다. 만일 남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남북 교류를 추진하는 반면 북한이 남북 민간 접촉을 제한한다면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